2017.05.05

오서산, 신록(新綠)의 봄

by 블루미

하루에 서너번 기차가 정차하는 조그마한 간이 기차역, 청소역입니다. 한적한 역사(驛舍) 앞 고즈넉한 기찻길 풍경이 어딘지 모를 찡한 감흥을 불러옵니다. 우리가 오서산 산행을 시작하는 곳 입니다.

청소역에서 오서산에 가려면 12시 경에 버스를 타야하는데, 막 출발해버렸다고 합니다. 택시를 타고 오서산의 제1번 등산로의 들머리인 성연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5월 초, 주변에는 차량도 사람도 보기 힘든 외진 시골입니다. 성연주차장도 텅비어 있습니다. 원래 억새로 유명한 산이라 봄철에는 인기가 없나봅니다. 이렇게 신록이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산 중턱에 중간중간 분홍빛 벚꽃이 아직 한창입니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데, 길이 구불구불 재미납니다.

산자락에는 이미 신록이 제법 무성하지만, 산 허리 즈음에서는 아직 막 잎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푹신푹신한 흙길을 따라 산책하듯 산을 오릅니다. 1시간 남짓 올랐을까, 해발 559m 시루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떡이나 쌀을 찔 때 쓰는 한국 전통 찜기를 시루라고 하는데,시루봉은 그 찜기 처럼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봉긋이 솟은 봉우리네요.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억새군락지가 형성되어있어, 시야를 가리는 수목이 없고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있습니다.

왔던 길을 돌아보니 산자락 마을이 아득하게 보입니다.

저 멀리 황룡저수지도 보입니다. 모르긴 해도 황룡(黃龍)이 승천했던 곳일 겁니다.

평지에서는 다 져버린 진달래가 능선을 따라 군데군데 아직 있습니다.

저 멀리까지 편안하게 드러누운 능선길을 따라 갑니다.

이런 나무 터널도 나오고

이름모를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인사합니다. 아래는 뱀딸기 꽃입니다.

지도에 나오는 통신안테나까지 다왔습니다. 통신안테나가 보이면 정상까지는 지척입니다.

아쉽게도 꽃 사진을 많이 못찍었는데, 4~5월 오서산은 봄 꽃들이 많이 핍니다. 산벚나무 꽃,배꽃, 진달래, 철쭉, 뱀딸기꽃, 괴불주머니꽃, 제비꽃 등 이름을 대라면 끝이 없습니다. 수줍게 피어오른 신록과 어우러진 봄꽃들의 화사한 색깔에 꼭 어여쁜 봄처녀를 보는 것 같아 설레입니다.

점심도 안먹고 걷고 있습니다.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드디어 정상을 찍었는가 했더니, 이건 정상석이 아닙니다. 흠…

다시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안테나와 데크가 오서산 정상입니다.

배고파서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한 그루 꼬마 소나무와 벗하며 김밥 한줄을 먹고 갑니다.

다시 출발~ 가는 중에 헬기장도 있네요.

이제 정말 정상입니다.

정상 전망 데크를 잘 만들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러온 사람 입장에서는 좋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나라 문화 수준도 좀 높아져서, 자꾸 뭘 만들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뭘 자꾸 만들면 각종 이권이 생겨, 만드는 사람들은 돈을 벌고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이를 빌미로 권력도 행사하게 되겠지만, 자연은 망가집니다.

어찌되었든 오서산 정상까지 찍었더니 뿌듯합니다. 하산해야죠.

다시 정상을 돌아보며 한 컷.

재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하는 듯한 계단입니다.

우와~ 상큼한 신록이 반기는 산자락에 도착!

오후 5시남짓 하여 상담주차장으로 하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봄 기운에 푹 빠질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